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김이듬, 「서머타임」 본문
김이듬, 「서머타임」
발목은 시들어간다
걸음을 낭비했다
위세척을 하고 넌 더욱 고통스러워하고
여름이 제일 추워, 나는 없어질 거야
너는 눈물을 흘리며 웃지만
해가 뜰 때까지만 같이 있어줄게
풍선을 불어줄게
날아오르다가 터지겠지
꿀벌은 꽃잎 속에서
고양이는 나무 위에서
너는 내 무릎을 베고
아니, 널 따라하지 않아
왜 남은 날들을 신경 써야 하니
잘하려니까 심장을 멈추고 싶잖아
난 일광을 낭비할 거야 날 낭비할 거야
낮에는 커튼을 치지
많이 걷지 않고 버스에서 곧잘 자
뭘 찾으려고 넌 거기까지 갔었니
내 모닝콜은 거슈인의 자장가
내일 못 일어나도
여름은 살기 좋은 계절
여름은 죽기 좋은 계절
그럴 리 없지만
물고기는 수면 위를 날고 목화는 익어가는데
아빠는 부자 엄마는 멋쟁이
그러니 아가야 울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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