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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비평

최갑수, 「석남사 단풍」감상 / 고규홍

오선민 2011. 10. 24. 18:10

최갑수, 「석남사 단풍」감상 / 고규홍

 

         석남사 단풍

                                              최갑수 (1973~)

 

단풍만 보다 왔습니다

 

당신은 없고요, 나는

석남사 뒤뜰

바람에 쓸리는 단풍잎만 바라보다

하아, 저것들이 꼭 내 마음만 같아야

어찌할 줄 모르는 내 마음만 같아야

저물 무렵까지 나는

석남사 뒤뜰에 고인 늦가을처럼

아무 말도 못 한 채 얼굴만 붉히다

단풍만 사랑하다

돌아왔을 따름입니다

 

당신은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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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산사에 단풍잎 붉다. 찬 바람 따라 더 붉어진 단풍잎 바라보며 첫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는 건 하릴없다. 파란 하늘가에 저녁 노을 곱게 물들 때까지 단풍나무 앞에 서서 잎잎이 고인 세월의 빛을 끄집어낸다. 한 나절 지나 눈자위까지 붉어지는 건 단풍 탓인가, 그리움 탓인가. 단풍잎 붉게 타오르는 산사에선 누구라도 지나온 옛 일을 그리워하게 된다. 흩날리는 단풍잎에서 길어 올린 옛 추억만 아무 말 없이 바라본다. 사람 없는 산사에서 고요히 단풍만 바라보았지만, 마음엔 사람 생각이 한가득 들어찼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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