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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은 나무의 생각이다 / 이기철 본문

좋은 시 감상

그늘은 나무의 생각이다 / 이기철

오선민 2013. 7. 2. 06:06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詩하늘』詩편지

 

 

 

 

그늘은 나무의 생각이다

 

 

이기철

 

 

 

 

나무의 생각이 그늘을 만든다

그늘을 넓히고 좁히는 것은 나무의 생각이다

사람들이 아무리 잡아당겨도 나무는

나무가 벋고 싶은 곳으로 가서 그늘을 만든다

그늘은 일하다가 쉬는 나무의 자리다

길을 아는가 물으면 대답하지 않고

가고 싶은 곳으로만 가서 제 지닌 만큼의 자유를 심으면서

나무는 가지와 잎의 생각을 따라 그늘을 만든다

수피 속으로 난 길은 숨은 길이어서 나무는

나무 혼자만 걸어 다니는 길을 안다

가지가 펴놓은 수평 아래 아이들이 와서 놀면

나무는 잎을 내려 보내 아이들과 함께 논다

가로와 세로로 짜 늘인 넓은 그늘

그늘은 나무의 생각이다

 

 

 

 

 

 

-출처 : 『문학마당』(2012. 가을)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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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상태로 큰 나무들은 화자가 말한 것처럼

자연스레 자라서 가지를 벋고 잎을 내어

그늘을 만든다, 그것을 나무의 생각이라 노래한다

 

 

분재를 보면 나무가 몹시 불쌍해 보인다

억제를 가하여 인공으로 키운 것이라

모양은 좋으나 제대로 커보지도 못하고

생을 이어가다 마감하게 된다

 

 

동구 밖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서

화자는 오랜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나무의 생각이 그늘을 만들었으니

그늘이 나무의 생각이라는 말은 적합한 것 같다

그 나무 곁을 지나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나무가 나무만인 것이 아니라

영감靈感을 지닌 신목神木이라는 것

하늘을 향해서 자라는 것만 봐도

우리는 그걸 인정해야 한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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