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우주 만상 속의 당신 / 박경리 본문
우주 만상 속의 당신
박경리
내 영혼이
의지할 곳 없어 항간을 떠돌고 있을 때
당신께서는
산간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뱀처럼 배를 깔고 갈밭을 헤맬 때
당신께서는
산마루 헐벗은 바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생사를 넘나드는 미친 바람 속을
질주하며 울부짖었을 때
당신께서는 여전히
풀숲 들꽃 옆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진작에 내가 갔어야 했습니다
당신 곁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찔레덩쿨을 헤치고
피 흐르는 맨발로라도
백발이 되어
이제 겨우 겨우 당도하니
당신은 아니 먼 곳에 계십니다
절절히 당신을 바라보면서도
아직
한 발은 사파에 묻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좋은 시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일락 / 고진하 (0) | 2018.03.02 |
---|---|
길 / 김지하 (0) | 2018.03.02 |
축복받은 사람들 (박경리) (0) | 2018.02.27 |
박경리 시 모음 (0) | 2018.02.27 |
행복해질 용기 중에서 / 기시미 이치로 (0) | 2017.07.31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