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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 백석 (삼일절 낭독 시) 본문

좋은 시 감상

고향 / 백석 (삼일절 낭독 시)

오선민 2019. 2. 18. 16:39

고향(故鄕)

 

 

 

백석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 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 씨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연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쓸는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이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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