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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그
콩나물에 대한 예의 복효근 콩나물을 다듬는답시고 아무래도 나는 뿌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무슨 알량한 휴머니즘이냐고 누가 핀잔한대도 콩나물도 근본은 있어야지 않느냐 그 위를 향한 발돋움의 흔적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하지는 못하겠다 아무래도 나는 콩나물 대가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죄 없는 콩알들을 어둠 속에 가두고 물 먹인 죄도 죄려니와 너와 나 감당 못할 결핍과 슬픔과 욕망으로 부풀은 미리 쥐어뜯으며 캄캄하게 울어본 날들이 있잖느냐 무슨 넝마 같은 낭만이냐 하겠지만 넝마에게도 예의는 차리겠다 그래, 나는 콩나물에게 해탈을 돕는 마음으로 겨우 콩나물의 모자나 벗겨주는 것이다
오늘 / 박건호 어느 날 나는 낡은 편지를 발견한다눈에 익은 글자 사이로 낙엽 같은 세월이 떨어져 갔다 떨어져 가는 것은 세월만이 아니다세월은 차라리 가지 않는 것모습을 남겨둔 채 사랑이 갔다 비 오는 날유리창에 흘러내리는 추억은한 잔의 커피를 냉각시킨다그러나 아직도 내 마음은 따스한 것을 저만큼의 거리에서 그대 홀로 찬비에 젖어간다무엇이 외로운가어차피 모든 것은 떠나고떠남 속에서 찾아드는 또 하나의 낭만을 나는 버릴 수가 없다 그렇다이미 떠나버린 그대의 발자국을 따라 눈물도 보내야 한다그리고 어느 날내가 발견한 낡은 편지 속에서낯선 사람을 만나듯 그대를 보게 된다 아득한 위치에서 바라다보이는 그대는옛날보다 더욱 선명하다그 선명한 모습에서 그대는 자꾸만 달라져 간다 달라지는 것은 영원한 것영원한 것은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