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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비평

[스크랩] 이형기의 「복어」감상 / 손택수

오선민 2011. 1. 4. 23:42

이형기의 「복어」감상/ 손택수

 

복어

 

   이형기(1933∼2005)

 

 

복어는 늘 화를 내고 있다.

최근의 화는 아직 부글부글 끓고 있다.

부글부글 메탄가스처럼

그 때문에 우스꽝스럽게 복배가 튀어나온

만화 같은 불평분자

그러나 끓고 끓어서

청산가리 13배로 농축된 그 알맹이는

창자 속에 또는 피 속에 차갑게 간직된다.

사람들은 그 진짜는 질색이다.

세심한 주의로 모조리 제거하고

무해무득(無害無得)한 부분에만 입맛을 다신다.

그래도 속이 확 풀어진다니 천만다행이다.

겨우 술꾼들의

속이나 풀어주는 그 속은 아랑곳없는

이 인공의 국물 한 그릇,

오 형제여 위선의 독자여

어릴 때 나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복어 대가리가

밤내 파란 인광을

뿜고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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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시유’라는 말이 있다. 복어가 절세미인 서시의 젖가슴을 연상케 한다고 하여 생긴 말이다. 한 나라를 패망으로 이끈 아름다움이니 가히 치명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뒤에도 인광을 내뿜어 밤을 증명하는 독. 소동파는 그 맛을 ‘죽음을 불사할 정도의 맛’이라고 극찬했다.

 

손택수 <시인>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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