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달의 의자 / 김청수 본문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달의 의자
김청수
달빛 어리는 창문 열어보니
달이 소나무 위에 앉아 있다
만삭의 몸 이끌고
얼마나 먼 거리 달려왔길래
소나무 당겨 의자 삼아 앉아 있을까
나를 받들어 달려온 신발
혓바닥 빼물고
한 점 바람도
바늘 같은 솔잎 건들지 못하는
달의 의자는 소나무였다
ㅡ출처 : 『詩하늘』(2012. 겨울)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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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에 걸친 저 달을
저리도 능청으로 받아들이는
화자의 마음은 인편단심이다
죽어도 달의 의자는 소나무라고
너스레를 떤다
자연을 벗 삼아 삶의 그리움을 짚어가는
저 여유, 그 깊이에는 하늘 같은 넓음이 있음이다
만월이 오늘은 졸지에 만삭이 되었다 하니
또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저 달이 소나무에 오기까지
화자가 보이는 의지가 무섭다
그게 사랑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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