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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달의 의자 / 김청수

오선민 2013. 12. 4. 10:26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달의 의자

 

김청수

 

 

달빛 어리는 창문 열어보니

달이 소나무 위에 앉아 있다

 

만삭의 몸 이끌고

얼마나 먼 거리 달려왔길래

소나무 당겨 의자 삼아 앉아 있을까

 

나를 받들어 달려온 신발

혓바닥 빼물고

한 점 바람도

바늘 같은 솔잎 건들지 못하는

 

달의 의자는 소나무였다

 

 

 

ㅡ출처 : 『詩하늘』(2012. 겨울)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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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에 걸친 저 달을

저리도 능청으로 받아들이는

화자의 마음은 인편단심이다

죽어도 달의 의자는 소나무라고

너스레를 떤다

자연을 벗 삼아 삶의 그리움을 짚어가는

저 여유, 그 깊이에는 하늘 같은 넓음이 있음이다

만월이 오늘은 졸지에 만삭이 되었다 하니

또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저 달이 소나무에 오기까지

화자가 보이는 의지가 무섭다

그게 사랑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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