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스크랩] (음악이 있는 시)잣나무숲 목욕탕/김은호 본문
잣나무숲 목욕탕/김은호
우리 동네에는
잣나무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목욕탕이 있다
잣나무들이 떠받치고 있는 푸른 정결 한 채
날마다 굴뚝에서 숲의 향기 솟아오르고
창틈에선 모락모락 새소리 피어난다
입구에는 '연중무휴' 입간판이 놓여 있다
요즈음 불경기라서 고라니, 너구리,
오소리 같은 단골손님들 발길이 뜸하다
단체 할인받는 박새들만 부지런히 드나든다
가끔 들르는 백로 부부의 사랑을 찜질방이
달구어주기도 한다
뒷다리 하나 들고 나 대신 입장료 치르는 누렁이
예금통장, 컴퓨터, 텔레비전 같은 것에 대한
집착은 벗어 보관소에 맡겨야 한다
찰랑찰랑,
피톤치드의 욕조 속 벌거벗은 세상
아, 입 벌리면 고요의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박하사탕 같은 햇빛
때 묻은 시간의 등 닦아주는 손 빽빽한,
영혼 저 밑바닥까지 개운해지는 목욕탕
푸른 날갯짓 하며 날아오르는 목욕탕이 있다
*2015년 <시와소금>신인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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