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그림으로 읽는 철학 (32)
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노르웨이의 테러범 브레이비크는 돈을 주고 여성을 사서 잠자리를 한 적은 있어도 정서적인 교류를 해본 여자 친구는 없었다지요? 엄청난 일을 저질러놓고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남자의 그 파괴적이고 뒤틀린 심성 뒤엔 여성혐오증이 있었습니다. 여자를 좋아하세요?..
처음 연꽃을 보고 놀란 곳은 실상사에서였습니다. 연못에 연꽃이 시들어 꽃 피는 시기가 막 지났구나, 하며 아쉬워했는데, 다음날 아침 찬란히 피어나는 연꽃을 보았습니다. 연꽃이 햇살에 반응하며 살아나는 거였습니다. 소르르 소름이 돋았습니다. 꽃의 매혹! 그 무덥던 날, 얼..
진정으로 사랑을 나누는 존재를 솔메이트(Soulmate)라고 하지요? 솔메이트는 나를 나 되게 하는 존재입니다. 해바라기의 솔메이트는 태양, 태양입니다. 박두진의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는 해바라기가 사랑한 해일 겁니다. '해바라기'라는 말, 참 예쁘지요? 해를 바라 해바라기, ..
"사내란 제 아내를 좋아하지 않고는 힘이 나지 않는 법이다." 아사다 지로의 < 칼에 지다 > 를 홀린 듯 읽었습니다. < 칼에 지다 > 는 달빛 아래 오솔길을 뚜벅뚜벅 걸을 줄 아는, 사무라이 세상의 끄트머리를 살았던 한 하급무사의 이야기입니다. 분노를 삭일 줄 알고, 단장(..
< 여우-아이 > 의 작가 정인경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등에 지고 태어난다고. 청춘이 지나간 자리에서 자신이 풀어낸 이야기를 돌아보면 살아온 날들이 정말 기적이지요? 살아온 날들의 기적 속에서 살아갈 날들의 기적을 믿으며 두려움 없이 뚜벅뚜벅 걸..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면서 고흐가 말했습니다. "테오, 내가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타라스콩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듯이 별들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죽음의 관문을 통과해야 해." 아마 그때 그는 이미 죽음의 그림자를 보았고, 죽음이 두렵지 않을 정도로 별들이 가까..
마음 안에 번민이 없을 수는 없지요? 그렇지만 또 번민이 있으면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번민을 모르고는 인간이 될 수 없고, 번민에 사로잡혀서도 제대로 살 수 없는 거지요. 번민이 자유롭게 흘러 빛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길을 내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조지훈 시인의 '승무'처..
광야에서 메뚜기와 들꿀만 먹고 사는 거친 남자, 그가 저 환상 속의 그대, 세례요한입니다. 가진 것도 없지만 가지고 싶은 것도 없는 그는 거칠 것 없는 야성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를 죽인 헤롯왕이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권력자였다면, 그에게 죽은 요한은 광야의 바람을 호흡하는..
유디트의 손에 들려있었던 남자의 목은 참담하기만 했는데, 이름 모를 저 여인이 안고 있는 남자의 목은 침묵 속에서 고요하지요? 그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거 같습니다. 몸의 일부처럼 늘 지니고 다니며 연주했던 리라 속에 안치되어 있는 저 남자, 그 유명한 오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