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영상 시 (50)
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강문해변에서 오선민 강문까지 가는 길에는 마른 낙엽이 누워 있었다 어화횟집 창문 밖에는 배 한 척 없는 빈 바다가 하얀 춤을 추고 있다 눈앞에 놓인 회 한 점을 집어 들고 쓴 약 같은 소주를 한 잔 마셨다 바다위에 글자가 어른거린다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찍으며 혼자 웃었다 이것은 맞고 저것은 ..
산 사 람 오선민 구불구불한 길 양쪽 기슭으로 토실토실 살찐 나무들이 사는 곳 머루랑 다래랑 덩굴들도 함께 사는 곳 아기 너구리 엄마 찾는 소리도 함께 어우러진 그 곳 산자락 끄트머리엔 꿩이 알을 품고 그 옆엔 산도라지 보라색 꽃 피우고 하늘나리꽃도 보기 좋게 피어 있는 그 곳 망초대가 하얗..
추억을 외면하다 / 오선민 벼르고 벼르던 새벽 운동 길에 등 토닥이며 아카시아 향기를 주고 수줍은 듯 앉은뱅이 찔레 꽃 헤픈 웃음 흘린다. 낯설지 않은 지금이 언젠가 걸었던 길을 걷고 있는 듯 앞으로 가는 걸음이 뒷걸음질이다. 아득한 기억 속에 바람이 분다. 커다란 얼굴이 바람 되어 내 곁을 스..
그대를 못 있겠습니다/오선민 소낙비가 서럽도록 창가를 두드리는 날 내 사랑을 떠나 보냈습니다 운명처럼 다가 온 그대를 안아 줄 수 없는 서글픔 보내고 싶지 않은 그대를 보내려 온 몸의 세포들은 소름을 돋아내며 떨고 있습니다 어찌 살 수 있을까요 그대를 보내고 내가 어찌 살 수 있을까요 그대 ..
사랑하는 사람아 오선민 당신을 사랑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먼 곳 내 등 뒤에서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당신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스치는 눈빛 속에 큰 사랑이 담겨져 있음을 당신을 사랑하고 난 뒤에 알았습니다 내 아픈 마음 다 드러내놓고 부끄러워 얼굴 빨개져 뒤돌아서는 나를 말없이 안아주는 ..
無 오선민 나 다시 태어나면 지금 보다는 조금 더 나은 우아한 여인이고 싶다 힘겨운 모든 것이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당당히 이겨내고 싶다 그리고 말하리라 피하지 말자고 온 몸으로 부딪쳐 보자고 허어 이것 또한 나의 이기심 아닌가? 그냥 주어 진대로 살지니
칠봉에서 오 선민 물속에 들어 앉아 일곱 가지 상념에 잠긴다 봉우리 마다 무슨 사연 있어 저리 깊을까 가만 보니 큰 산 작은 산 일곱 가족 봉우리다 아빠 근심 떨어지는 소리에 물 소용돌이 파문이 일고 엄마 웃음소리에 어린 나뭇잎들 덩달아 자지러진다 옴폭 둘러싸인 산등성이 밑 조용히 흐르는 냇..
인생이란 오 선 민 예고 없는 전쟁 각본 없는 드라마다 포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된다 뷹은 빛 물드는 대지가 내 본향 인 걸 돌아가세, 돌아가세 시름 다 놓고 턱 턱 막히는 숨 무에 그리 미련이 남아 핫핫핫 너털웃음에 광대나 되어보세 전쟁속에 피어나는 들꽃처럼 사는게 인..
만 남 오선민 우연이라 하지 않겠습니다 필연이라고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흐르는 세월 속에 이렇게 만난것을 소중하게 받아 들이겠습니다 가식 없는 말과 사랑스런 눈빛과 따스한 손길의 당신에게 감사하겠습니다 언제나 변치 않는 마음으로 처음 만난 그 느낌으로 언제나 함께 하고픈 맑은 하늘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