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영상 시 (50)
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슬픈 사랑 / 오선민 (낭송 고은하) 소롯길에 다녀왔습니다 하늘은 눈물이 날 만큼 파랗게 보였고요 나무들은 그새 옷을 모두 벗어 던졌습니다 들판은 누렇게 누더기를 걸치고 불어오는 바람에 너울너울 춤추고 있습니다 사이사이에 억새풀도 보이는군요 사랑은 슬프다고, 사랑은 없다고, 가슴을 부여..
틈새 오선민 내 마음이 바람에 날아가다가 벽 사이 틈으로 끼었다 꼼짝없이 묶여 살다가 모든 것 놓자 내 속에서 잎이 돋는다 잎맥들은 질기게도 벽을 기어오른다 온통 푸른 잎으로 벽을 감싸자 대낮에 푸른 별이 떴다 틈새에서 바람이 인다 잎사귀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른다
전등사 오솔길에서 오선민 코 끝 쨍하게 맑은 날 전등사 오솔길을 걷다가 멋지게 휘어진 소나무 사이로 언뜻 바라 본 오백 년 된 은행나무 깨끗한 바람이 불어와 온 몸을 감싸는 이 느낌이 좋아 흥흥거리며 나무와 내가 하나가 되었다 빙 둘러 쳐진 성곽을 따라 올라가 본다 꼭대기에 한 그루 소나무 ..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것은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것은 태양을 양쪽에서 쪼이는 것과 같다. 서로의 따스한 볕을 나누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성을 잊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태양이 되자. 그리하여 영원히 마주보며 비추어 주자.
파도와 바위 오선민 잔잔하던 바다가 성이 났다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해 화가 나서 저렇게 미친 듯이 자신을 부숴버리고 있는 것일까 바위에 부딪혀 부서져 안개 같은 물방울이 되어서라도 부처 같은 바위를 넘어 저 푸른 땅에 닿고 싶어 바람 한 점 없는 ..
사랑, 그 아픔 오선민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너무 아파요 향기도 없고 색깔도 없는 그 사랑은 온 몸 가득 가시를 세우고 꽃 속에 독을 품고 그대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남기고 있습니다 사랑, 그 아픔을 안고 있기에는 내가 너무 힘이 듭니다 지워버릴 수 없는 그대 생의 한 가운데에 서서 쩔쩔매..
사랑하는 사람아 오 선 민 당신을 사랑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먼 곳 내 등 뒤에서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당신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스치는 눈빛 속에 큰 사랑이 담겨져 있음을 당신을 사랑하고 난 뒤에 알았습니다 내 아픈 마음 다 드러내놓고 부끄러워 얼굴 빨개져 뒤돌아서는 나를 말없이 안아주는 ..
그 녀 오 선 민 참 열심히도 살아냈다 돌이켜보면 지난 세월이 아쉬워 무엇 때문에 바둥바둥 살았는지 후회만 남는다는 그녀 사랑에 목 말라 헤 메이고 정에 굶주려 야위고 지천명 앞에 두고 서러운 눈물바람 하, 인생사 별거 아니네 요것 좀 봐, 시들어 죽은줄 알았던 가지에 엷은잎 돋아나 숨쉬고 있..
photo by chang san 시인/오선민 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절벽위에 부는 바람 오선민 피 멍이 들도록 부여잡은 바위 말라비틀어진 뿌리 위에 새 한 마리 날아와 앉았다 죽어라 흔들어 대는 바람 새도 같이 쪼아 댄다 죽어버린 뿌리위로 질긴 얼굴 붙어있다 뜨거운 햇살에 물의 껍질들 허옇게 벗겨져 속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