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반게시판 (178)
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노랑제비꽃
생명을 먹이는 일은 그해 봄, 베란다 화분에 아무것도 심지 않았다. 바람이 품어 온 민들레 씨앗, 저 홀로 뿌리내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동풍이 불고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던 날, 9층 베란다 창밖에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내 집에 찾아온 손님, 흙만 쪼는 모습이 보기 ..
동심을 간직한 꽃 - 동자꽃 눈 내리니 온 세상이 하얗습니다. 오늘처럼 세상의 길 다 지우며 눈 내린 날이면 생각나는 꽃이 동자꽃입니다. 동자꽃은 겨울 식량을 구하러 산을 내려간 스님이 눈에 길이 막혀 돌아오지 못하는 줄도 모르고, 암자에 홀로 남아 하염없이 스님을 기다리다 세상..
분홍 분홍은 단물이 가득 고이는 색 분홍을 만질 때는 추억을 만지듯 조심할 것 별빛에 닿아도 쉬이 짓무르고 눈길만 스쳐도 주르르 흘러내리는 즙 달콤하고 무절제한 유혹의 늪이다 - 허영둘, 시 '桃園에서' 중에서 - 지금은 한겨울. 색으로 표현한다면 아마도 무채색일겁니다. 그래서 가..
하이힐을 벗다 '여자들이 예뻐진 데는 파마와 화장이 한 몫 한다.' 길게 땋은 머리나 쪽진 머리에서 해방된 여인들이 파마로 머리 모양을 내고, 양장을 갖춰 입고, 화장을 하면서부터 생긴 말이랍니다. 요즘은 그것뿐아니라 가방이나 구두 등도 아름다움을 위한 필수요건이랍니다. '킬힐..
한 점의 겨울 마음 - 수선화 찬바람 매운 겨울이 깊어갈수록 방안에 갇혀 지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갑니다. 꽃빛이 간절해지는 세한의 중심을 지날 무렵이면 습관처럼 나는 제주 대정들녘의 야생수선화와 추사 김정희를 떠올리곤 합니다. 한 점 겨울 마음 송이송이 둥글어라 그윽하고 맑..
징검돌처럼, 간이역처럼 나는 작은 섬을 바다의 간이역이라고 부른다. 거기 섬이 있어 바람도 천릿길을 맨발로 달려온다. 괭이갈매기는 절벽을 믿고 알을 품고 섬초롱꽃은 섬을 붙잡고 피어나지만 징검돌처럼 디디고 건너가는 섬은 잠시 스쳐가는 곳, 긴 여정에 지친 철새들의 간이역이..
출처 : 원주여성문학인회글쓴이 : 김정희 원글보기메모 :
또 다른 발전의 기회 우리는 익숙해진 생활에서 쫓겨나면 절망하지만, 실제는 거기서 새롭고 좋은 일이 시작되는 것이다. 생명이 있는 동안은 행복이 있다. - 톨스토이 - 지금의 안위가 최고라 여겨지고 그것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상태로 유지되거나 아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