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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나무 / 정희성 본문

좋은 시 감상

그리운 나무 / 정희성

오선민 2013. 8. 30. 01:22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그리운 나무

 

 

정희성

 

 

 

 

사람은 지가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그 사람 가까이 가서 서성대기라도 하지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을 가지로 벋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출처 :『시선』 (2010. 가을)

-사진 : 詩하늘 이온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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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그랬다

순이가 보고 싶으면

그 집 앞을 오가며 힐끔 훔쳐보다가

안 보이면 다시 뒤돌아가 또 훔쳐보다가

그래도 안 보이면 시무룩해져

죄 없는 돌멩이만 발길로 차며 돌아왔던

그런 시절이 있었지

 

 

아, 그런데 오늘 이 시는 마치

전설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그리워하는 나무에게 갈 수 없어

가지를 벋어 가리키거나

사랑하는 나무에게 갈 수 없어

꽃을 피워 벌 나비를 불러서는

제 맘을 대신 전하게 하거나

바람에 향기 실어 날려 보낸단다

 

 

참 애절하다

그리움과 사랑에는 그런 마음이 있어야 하는가 보다

말로 하는 거 말고, 몸으로 하는 거 말고

선물로 하는 거 말고, 미소로 하는 거 말고

그래, 이런 사랑이 바로 은유다

시인이라면 은유답게 사랑 한 번 해볼 일이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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