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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스크랩] 9월 / 고영민

오선민 2013. 9. 4. 12:05

9월 /  고영민

 

 

그리고 9월이 왔다

 

산구절초의 아홉 마디 위에 꽃이 사뿐히 얹혀져 있었다

 

수로水路를 따라 물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부질없는 짓이겠지만

누군지 모를 당신들 생각으로

꼬박 하루를 다 보냈다

 

햇살 곳곳에 어제 없던 그늘이 박혀 있었다

이맘때부터 왜 물은 깊어질까

산은 멀어지고 생각은 더 골똘해지고

돌의 맥박은 빨라질까

 

나무에 등을 붙이고 서서

문득 모든 것들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왕버들 아래 무심히 앉아

더 어두워지길 기다렸다

 

이윽고 저녁이 와

내 손끝 검은 심지에 불을 붙이자

환하게 빛났다

자꾸만 입안에 침이 고였다

 

 

 

 

『시인세계』 2011년 겨울호

출처 : 원주문학
글쓴이 : 윤종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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