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그리운 나무 / 정희성 본문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그리운 나무
정희성
사람은 지가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그 사람 가까이 가서 서성대기라도 하지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을 가지로 벋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출처 :『시선』 (2010. 가을)
-사진 : 詩하늘 이온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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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그랬다
순이가 보고 싶으면
그 집 앞을 오가며 힐끔 훔쳐보다가
안 보이면 다시 뒤돌아가 또 훔쳐보다가
그래도 안 보이면 시무룩해져
죄 없는 돌멩이만 발길로 차며 돌아왔던
그런 시절이 있었지
아, 그런데 오늘 이 시는 마치
전설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그리워하는 나무에게 갈 수 없어
가지를 벋어 가리키거나
사랑하는 나무에게 갈 수 없어
꽃을 피워 벌 나비를 불러서는
제 맘을 대신 전하게 하거나
바람에 향기 실어 날려 보낸단다
참 애절하다
그리움과 사랑에는 그런 마음이 있어야 하는가 보다
말로 하는 거 말고, 몸으로 하는 거 말고
선물로 하는 거 말고, 미소로 하는 거 말고
그래, 이런 사랑이 바로 은유다
시인이라면 은유답게 사랑 한 번 해볼 일이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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