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詩 창작강의 및 문학이론 (86)
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ㅇ서정시는 자기 고백의 장르이다. 자기 혼자의 내성적 목소리는 일차적으로 타자의 존재나 생각, 세계관 등을 거부한다. 시에서 타자의 말이나 사건, 인물의 성격화 등을 볼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그 원인이 있다. 서사 장르가 등장인물이나 사건 등을 통해 여러 상황을 제시하면서 열린 세계로 나아..
ㅇ 말은 원래 어머니한테 배우는 것이다. 어떤 정치적 환경에서도 독립해있는 어머니가 젖먹이 때부터 아이에게 전달하고 그것을 아이는 최초의 (절대적인) 말로 받아들인다. 그것이 야생의 말이다.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 흐르는 말의 물길을 외국에서는 모국어라 부르지 않고 母語(엄마말)라 부른다...
ㅇ 시인은 언어를 사용하여 놀이를 하는 자이다. 시인에게 언어는 장남감일 수 있고 언어라는 장남감을 가지고 놀이에 빠진 시인은 이미 현실적인 구속에서 벗어나 본원적 자유를 획득한 것이 된다. 인간에게 삶의 의미는 노동으로 뭔가 생산하는 데 있지 않고 놀이를 통해 즐거음을 얻는 데 있다. 그..
ㅇ 시는 쓰는 게 아니라 써지는 거라고 믿고 있고, 쓸 때마다 그걸 실감하거든요. 그냥 따라가다 보면 제 자신의 흐름이 멈추는 어떤 한계상황, 문턱이 오는 거죠. 자기가 쓰는 시가 스스로 지겨워지는 시점이라고나 할까요. 그걸 넘어가면 다른 시의 영역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게 두부나 무..
ㅇ 물먹는 소 목덜미에 / 할머니의 손이 얹혀졌다. / 이 하루도 /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 서로 적막하다고. - 김종삼 '묵화' 전문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소에게 무슨 '발잔등'이 있단 말일까. 이것은 語法의 오류가 시의 문맥에서는 얼마든지 허용될 ..
ㅇ좋은 시의 조건-10가지 -박남희 1. 함축성이 있고 입체적인 시를 써라 시와 산문이 다른 점은 시가 지니고 있는 함축성 때문이다. 시는 평면적인 글을 의미전환 시키거나 이미지화해서 그 속에 새로운 의미를 갖게 해준다. 시에서 다양한 수사법(은유, 상징, 역설, 알레고리, 아이러니 등)을 사용하는 ..
ㅇ 젊은 시인들의 감각이 즉물적이고 찰나적인 어떤 것으로 폄하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추상적으로 말하면 감각은 '기술'이 아니라 '실존'이지요. 이성적 사유로 흡수되지 않는 감각적 실존의 영역을 온전하게 되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원이나 정체성에 대해 질문..
ㅇ 나는 오줌 연작 다섯 편을 쓰면서 편편이 '根, 이 길고긴 뜨신 끈' 이란 말을 일부러 꼭 집어넣었어요. 그때 친절한 여러 독자분들이 자기모방이라 그러데요. 당연히, 또 기본적으로 그런 지적을 들을 수 밖에 없지요. 같은 이미지를 여러 시에 똑같이 써먹으니 누가, 아무 말 하지 않겠나요. 그러나, ..
ㅇ 시인들은 상당기간 내면화되지 않았습니까. 또 그런 것을 긍정하는 쪽에서도 자기들이 이런 내면화의 연대를 고착화시키고 있고요. 내면화는 자기문학이라고 하는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거든요. 한계에 자족하고 있죠. 도취되어 있고. '이런 문학에 제한되어서는 우리 문학은 점점 좁아지고 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