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시 비평 (169)
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계간 시평> 현대시의 종교성과 탈종교성 박남희 세상 만물에는 종교성이 깃들어있다. 여기서 종교성을 영성으로 바꾸어 말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밖에 없다. 굳이 애니미즘이나 토테미즘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만물에 영성이 깃들어있다는 생각은..
시적 재미, 라는 것 / 윤관영 비나리-계(界) 박남철 1 새애가아…… 내가 별로 유명한 시인도 아닌데 수도 없이 많은 문학잡지들이 매달 날아든다, 월간지 계간지 시 전문 계간지 씨 전문 계간지(씨 뿌리는 계간지?) 등등, 가지가지다, 열어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나같이 시시껄렁한 기성 시..
백석, 「북방에서」감상 / 최정례 북방에서 —정현웅(鄭玄雄)에게 백석 (1912~1996) 아득한 녯날에 나는 떠났다 부여(扶餘)를 숙신(肅愼)을 발해(勃海)를 여진(女眞)을 요(遼)를 금(金)을 흥안령(興安嶺)을 음산(陰山)을 아무우르를 숭가리를 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 송어와 메..
외계서 온 우주소년의 하이킥, 인간 상상력을 뛰어넘다 —김산의 「은하 미용실」 은하 미용실 김산 엘프족을 닮은 여자가 있다 이름 모를 행성과 충돌하고 흩어진 가계를 수습하기 위해 가위 하나만 달랑 손에 쥐고 지구별로 야반도주한 여자 건조한 내 머리에 물을 뿌리며 숙련..
송경동의 「사소한 물음에 답함」감상 / 진은영 사소한 물음에 답함 송경동 어느날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
날 선 실존의 비명 - 허수경,「연필 한 자루」평설 / 이찬 허수경, 「연필 한 자루」 (『문학과사회』 2011년 겨울호) 그렸다 꿈꾸던 돌의 얼굴을 그렸다 하수구에 머리를 박고 거꾸로 서 있던 백양목 부서진 벽 앞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어깨 붉게 울면서 태양과 결별하던 자두..
전동균의 「마흔을 넘는다는 것은」평설 / 오태환 마흔을 넘는다는 것은 전동균 가장 추운 겨울날 식구들 몰래 풍경 하나 매다는 일 밀물이 들 듯 밀물에 배가 떠올라 앞으로 나아가듯 울리는 풍경 소리에 멀리 있는 산이 환하게 떠오르면 그 산속, 배고픈 짐승의 흩어진 발자국 ..
마침내 풀은 웃었다 [2011.12.12 한겨레21 제889호] [신형철의 문학 사용법] 김수영 탄생 90주년, 다시 읽은 ‘풀’ 독재에 대한 민초의 저항이란 독법 대신 풀이 품은 절망을 희망으로 변주하는 역설을 발견하다 시인 김수영은 1921년 11월27일에 태어났다. 그래서 지난 11월27일은 김수영..
맹문재의 「눈」평설 / 홍일표 눈 맹문재 타협을 모르는 관습을 모르는 후회를 모르는 치졸을 모르는…… 저 신들린 몸짓 무기를 버린 채 지혜를 발휘하듯 명분을 만들고 있는 나를 창끝으로 겨누고 있다 썩은 물 같은 세상 갈아치울 것이라는 명분에 화장품을 바르는 나의 손으로는 방어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