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시 비평 (169)
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이흔복의 「강남춘(江南春)」감상 / 황인숙 강남춘(江南春) 이흔복 산에 산에 두견 너는 어이 멀리를 우짖는가. 너는 어이 가까이를 우짖는가. 달 가운데 계수나무 그늘도 짙을러니 내 후생하여 너를 엿듣는 봄은 이리도 화안히 유난하다. 일찍이 내가 먼 곳을 떠돈 것이 내가 나를 맴돎이..
강연호의 「커튼」감상 / 김석환 커튼 강연호 컴퓨터 뒤로 뻗은 전선들 저 늘어선 실뿌리들 채 감추지 못한 탯줄들 천 길 만 길 악착같이 기어가는 줄기들 배후는 뒷골목처럼 지저분하고 이면은 늘 엉켜 있지만 백 개도 넘는 글자판이 날름날름 놀리는 혓바닥을 마우스의 오른쪽과 왼쪽 ..
손순미의 「벚꽃 십리」해설 / 권순진 벚꽃 십리 손순미 십리에 걸쳐 슬픈 뱀 한 마리가 혼자서 길을 간다 희고 차가운 벚꽃의 불길이 따라간다 내가 얼마나 어두운지 내가 얼마나 더러운지 보여주려고 저 벚꽃 피었다 저 벚꽃 논다 환한 벚꽃의 어둠 벚꽃의 독설, 내가 얼마나 뜨거운지 ..
최정례의「봄날 저녁」감상 / 박성준 봄날 저녁 최정례(1955~ ) 아직 한 페이지의 저녁은 남아 있을 때 나는 말이 그립기도 한가봐 그러나 나는 말이 참 두렵기도 한가봐 그래 뜻 없는 소리로 몸 바꿀까도 생각하나봐 전화 벨소리나 무슨 문 두드리는 소리쯤으로 울려보고 싶은가봐 아무도 ..
이규리의 「그 외 아무 생각도 없을 것이다」감상 / 문태준 그 외 아무 생각도 없을 것이다 이규리(1955~) 어미 새가 먹이를 물어 새끼들 부리에 넣어줄 때 한 번에 한 마리씩 차례대로, 새끼는 새끼대로 노란 주둥이를 찢어질 듯 벌리고 기다릴 때 그 외 아무 생각도 없을 것이다 절명이 그..
달, 하얀 가면을 쓰고 나타난 밤의 태양 장석주의 詩와 詩人을 찾아서 - 민구〈움직이는 달〉 ———————————————————————&am..
강영은의 「묵매(墨梅)」감상 / 황인숙 묵매(墨梅) 강영은(1956∼ ) 휘종의 화가들은 시(詩)를 즐겨 그렸다 산 속에 숨은 절을 읊기 위하여 산 아래 물 긷는 중을 그려 절을 그리지 않았고 꽃밭을 달리는 말을 그릴 때에는 말발굽에 나비를 그리고 꽃을 그리지 않았다 몸속에 절을 세우고 나..
이근화의「멀리 애인의 마음을 나는 모르고」감상/ 박성준 멀리 애인의 마음을 나는 모르고 이근화 (1976~ ) 봄을 생각하는 마음은 봄을 지나 지는 꽃을 지나 멀리 애인을 지나 그의 뒷모습을 지나 빈 땅에 연못을 파고 그곳에 물을 채우는 마음이 아니라 그곳에 피는 연꽃의 마음이 아니라..
김명은의「건강진단수첩」평설 / 조풍호 건강진단수첩 김명은 면봉, 남근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에요 입이 큰 여직원이 항문의 변을 묻혀오라며 이름표가 붙은 플라스틱 막대를 내밀어요 면봉의 혓바닥이 하얗게 말라요 줄 서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시선을 피해요 보건증 검사는 항상,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