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좋은 시 감상 (532)
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어느 푸른 저녁 기 형도 1 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나는 어느새 처음 보는 푸른 저녁을 걷고 있는 것이다,검고 마른 나무들 아래로 제각기 다른 얼굴들을 한 사람들은 무엇엔가 열중하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혹은 좁은 낭하를 지나 이상하기도 하지,가벼운 구름들같이 서로를 통과해가..
밤의 회전목마 즐거운 왈츠를 삐거덕삐거덕 벗었어요 이제 밤이어요 내 이름은 메리, 메리고라운드 닌텐도처럼 크리에이티브한 제품을 개발하자구요 사장님 말씀은 기름진 억양이 참 아름다워요 요즘 세상은 아이티 산업이 중요하지요 아무렴요 나리 나리, 덧니가 예쁜 계집애들 개나리들이 뿌연 황..
거대한 손 덜거덕거리며 이동주택이 뒤집혀 날아간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트럭이며 승용차들 지상을 달리던 열차도 떼지어 총알처럼 우주로 튕겨나간다 새들이 놀라 쳐다보고 있는 동안 저쪽에서 수만 톤의 모래알과 자갈이 날아오르고 길다란 강물이 찢어진 채 허공에서 너덜거린다 물살을 헤치고 ..
돌손바닥에 놀고 가는 선녀구름같이 이만치 서서 바라보면 잘 보이려나 청보리 물결 황토를 휘돌아 흐르는 연두바람 불어라 불어가라 적막을 조그맣게 뭉쳐 입 다문 돌탑에까지 말갛게 몸 비우고 스미는 연두바람 왕궁에 가시랴오 예서 왕궁이라면 낙낙한 오릿길 잠시 버선을 벗어 땀들이시라 늘어진..
옻닭 손택수 1 그늘만 스쳐도 살갗에 소르르 소름이 돋는다 해마다 한 번씩 자신을 스쳐간 폭염과 홍수 팔을 뚝뚝 부러뜨리던 폭설의 기억을 비벼 꼬아 제 속을 치잉칭 결박하는 나무 속을 쥐어짜 잎잎이 푸르디푸른 신음을 뱉어낸다 허나 독기라면 닭도 지지 않는다 한평생을 옥살이로 보내온 그가 아..
소문/서봉교 뒷집 애기엄마가 집을 나갔다지요. 들리는 말에 의하면 바람이 데려 갔다고 애들 문제로 갔다고 신랑이 고자라서 갔다고 총각을 따라 갔다고 오일장 설 때마다 가출한 정답이 뒤바뀌고 어르신들 말씀에의 하면 저기 저 다래산을 깎아서 아낙네들이 바람이 난다고 봉래산에 터널을 뚫어서 ..
*사재강에서 서 봉교 장마가 몸을 풀고 간 강물바닥은 됫병소주병을 깨어서 뿌려 놓은 듯 새파랗고 보(洑)밑에 자리 잡은 우리는 한 사람씩 튜브에 몸을 맡긴다. 삼십 여 년 전 내가 놀던 그 자리에서 내 아이들도 물장구를 친다 그래야지 그래야지 훗날 내가 죽고 없어도 물은 흐를 것인데 선글라스를 ..
水周別曲 수주별곡4 玉峰 서봉교 5월의 농촌에 비가 오니 일손은 쥐 지랄하듯 고양이 손이 필요 한 건 가을이지만 먹고 죽을 돈보다 없는 것은 사람 손이다 평일 날 직장일하는 아들 밭일 해 달라고 부를 수도 없고 잿말랑 고추밭 트렉타 쳐 달라고 부탁한 김씨 아들 함흥차사인데 낼 모레 *주천장날 고..
이발소 가는 날/서봉교 *주천에서 유일하게 세 개 있는 이발소는 매월 7일 날은 사이좋게 문을 닫는다 6일장을 놓친 *아랫골 김영감 잠긴 문을 당겨 보지만 용빼는 재주는 없는 듯 칠십도 넘은 탓에 미용실 갈 엄두도 못 내고 이젠 할망구 이빨만큼 듬성듬성 남은 턱 수염을 쓸어 담으며 쩝쩝 입맛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