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좋은 시 감상 (532)
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정끝별 추파, 춥스 흘러내리는 네 눈의 윙크 흘러내리는 네 어깨의 머리카락 가을 강물을 흔드는 바람아 끈적끈적하잖니 흘러드는 내 귀의 노래 흘러드는 내 손가락 사이의 설탕물 끈적끈적 채웠으니 시절아, 따라갈까 붙어갈까 저 입이 움켜쥔 군침 밀크와 딸기가 섞인 백 개의 강이 흐르고 채워지지 ..
<6>-8번 출구로 가는 길―테오티우아칸/강인한- 막 도착한 행성열차에서 사람들이 내린다 이 골짜기는 별빛이 우박처럼 쏟아지는 곳 태양의 피라미드를 보며 낮에는 루드베키아가 피고 달의 피라미드를 보며 밤에는 달맞이꽃이 피고 한 떼의 환승객과 어깨를 부딪치며 엇갈리는 걸음으로 스쳐가..
<5>-봄꿈/강인한- 이 거리에 처음 와 보았으나 언젠가 나 여기 왔었다 조붓한 샛길을 돌아 삐걱이는 마루 소리 꿈결이듯 들리는 곳, 저 건너 金閣寺가 보이는 이 집 마루 끝에 누가 서 있었다 내 이름을 가만히 두 번 부르며 숨던 그 치맛자락 저기 꽃구름으로 풀어지고 있는가 봄날은 비단 허리띠처..
<4>-자작나무 숲/강인한- 자작나무 숲에는 바람들이 산다 꼬막 같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작은 아씨들 날씬한 허리가 휘어지며 자지러지는 자작나무 숲에 눈이 동그란 새, 바람의 딸들을 불러와 간지럼을 모아서 한꺼번에 터뜨려 놓고 달아난다 자작나무 우듬지의 흰 속살 사랑스런 내력을 더..
임진강 / 강인한 1 괴로운 빛깔을랑 가슴으로 문지르자. 찢기운 나랫자락 강물은 굽이 흘러 나비의 나랫짓 위에 선연한 종, 종소리. 2 차라리 한 그루의 나무로나 서볼거나. 나비가 내다보는 가슴 안의 바람 속을 피 먹은 울음빛으로 떠오르는 산하(山河)여. 3 별들이 물에 잠긴 잿빛 강물 굽이에는 꽃내..
<3>-우리가 만나자는 약속은/강인한- 사람 사는 일이란 오늘이 어제 같거니 바람 부는 세상 저 아래 남녘 바다에 떠서 소금 바람 속에 웃는 듯 조는 듯 소곤거리는 섬들 시선이 가다 가다 걸음을 쉴 때쯤 백련사를 휘돌아 내려오는 동백나무들 산중턱에 모여 서서 겨울 눈을 생각하며 젖꼭지만한 꽃..
<2>-그 해 가을의 일기/강인한- 지금 내가 손바닥에 받아 보는 이 해의 가을 햇빛은 정말로 햇빛입니까. 지금 내가 하늘을 우러러 흘리는 눈물은 정말로 눈물입니까. 하느님, 아아 나의 하느님 지금 나는 어느 낯선 별에서 숨을 쉬고 있습니까. 지금 내가 묻는 이 물음을 당신은 그 먼 곳에서 정말로 ..
1>-봄 회상/강인한- 찻물을 끓이며 생각느니 그리움도 한 스무 해쯤 까맣게 접었다가 다시 꺼내 보면 향 맑은 솔빛으로 내 안에서 우러날거나 멀리서 아주 멀리서 바라보기엔 천지에 봄빛이 너무 부신 날 이마에 손가리갤 얹고 속마음으로만 가늠했거니 보이는 듯 마는 듯 묏등을 넘어 푸르릉푸르릉 ..
전라도여, 전라도여 -- 강 인 한 Ⅰ 거덜이 난 고향,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고 유창한 서울말을 구사하러 친구는 서울로 가버렸지. 컬컬한 막걸리를 버리고 드는 낫을 버리고 친구는 도시로 나가 운전을 배우고 맥주도 홀짝이고 그리고는 택시 운전수가 되었지. 월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