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좋은 시 감상 (532)
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사람들 박경리 찬란한 가을 길목 소소한 바람 불고 사랑은 시인이 한다 해 떨어지는 부둣가 낙엽 뒹구는 간이역 사랑은 나그네가 한다 영혼의 맑은 샘가 새상 부러울 것 없이 충일한 곳 사랑은 가난한 사람이 한다 그 밖에는 그저 그런 생식 탐욕과 이기의 공범자 사랑은 언어도 ..
박경리시1(토지시낭송회).hwp
행복해질 용기 중에서 기시미 이치로 / 이용택 옮김 싸움을 하면 옷의 단추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격도 떨어지고 몸에 상처만 남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도 상처가 남고 자신의 힘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도 소비되고 증오만 남는 것이 아니라 후회도 남는..
하늘 우물 장옥관 한때 나는 새의 무덤이 하늘에 있는 줄 알았다 물고기의 무덤이 물 곳에 있고 풀무치가 풀숲에 제 무덤을 마련하는 것처럼 하늘에도 물앵두 피는 오래된 돌우물이 있어 늙은 새들이 거기 다 깃들이는 줄 알았다 피울음 깨무는 저 저녁의 장례 운흥사 절 마당 늙은 산벚..
나의 가난은 천상병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대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
혈거시대, 혹은 미궁 김 종 호 열어 제친 양은솥에서 돼지머리가 불쑥, 올려다본다 김이 나는 눈을 감은 채, 본다 물방울 맺힌 천장을 거미줄이 잡고 있는 백열등 꼬리를 창자가 휘감은 뚱뚱한 머리로, 본다 웃음 띤 얼굴로, 자세히 보면 엄숙하게, 본다 저 미소가 우리에게 던지는 할(喝)이..
호수 / 김동명 여보, 우리가 만일 저 호수처럼 깊고 고요한 마음을 지닐 수 있다면 별들은 반딧불처럼 날아와 우리의 가슴속에 빠져 주겠지...... 또 우리가 만일 저 호수처럼 맑고 그윽한 가슴을 지닐 수 있다면 비애도 아름다운 물새처럼 조용히 우리의 마음속에 깃들여 주겠지...... 그리..
파초 김동명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렬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
미필적 고의/ 윤지영 그가 서 있다 그와 그가 서 있고, 그와 그 사이 그녀가 서 있다 한시도 시선을 돌리지 않는 눈이 있고, 그 눈과 눈 사이에 형형한 눈이 있고 초조가 서 있다. 초조와 불안이 나란히 서 있고, 초조와 불안 사이에 또 다른 초조가 시계를 보며 서 있다. 초조와 불안, 또는 ..